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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과 현실의 기로에선 프라이빗 코인전체 글 보기/기타 2021. 1. 2. 06:15
새벽에 미국 암호화폐 거래소중 한 곳인 비트렉스(Bittrex)가 모네로(XMR) 대시(DASH) 지캐시(ZEC)에 대한 거래중지를 밝혔다. 최근 미국 거래소들이 리플에 대한 거래중지를 밝힌데 이어 대표적인 프라이빗 코인들 또한 규제 압박을 피해 갈 수 없었던 거 같다.
#Bittrex Customers:
— Bittrex (@BittrexExchange) January 1, 2021
The $XMR, $ZEC, and $DASH markets will be removed on Friday, January 15th at 23:00 UTC.
Details: https://t.co/8qAdjuwryJ
규제의 두 번째 희생양은 프라이빗 코인
프라이빗 코인의 거래중지는 리플 사태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문제이다. 리플 사태는 유틸리티 토큰과 증권형 토큰 간의 경계로 인한 '탈중앙화'가 핵심이었다면 프라이빗 코인의 상장폐지는 암호화폐가 가지는 '익명성'에 관한 문제다. 프라이빗 코인의 거래중지의 핵심적인 이유는 많은 암호화폐 사용자에게 중요한 개인 정보 보호 기능 때문이다.
이전에 포스팅에서 결국 디파이의 입지는 '익명성'에서 갈릴 것 같다고 했는데 프라이빗 코인에 대한 거래소들의 잇따른 퇴출은 결국 디파이 산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게 되었다. 다른 암호화폐보다 익명성이 강한 프라이빗 코인에 대한 논쟁은 예전부터 있었는데 프라이빗 코인 특성상 암호화폐 거래 시 거래 참여자의 신원과 금액정보 등 사용자 개인정보를 강도 높게 보호하는 기능이 탑재되어 있어 블록체인 기술 상에서 관련 정보의 추적이 다른 화폐에 비해 어렵다.
이들은 기존 금융 규제 당국의 주장하는 AML 및 KYC 규정과 상충되기도 한다. 최근 N번방 사태에서 조주빈이 암호화폐 거래를 모네로(XMR)를 사용한 게 대표적인 예인데 그 결과 빗썸에서는 모네로에 대한 거래중지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러한 거래소들의 움직임은 앞으로 정부 규제 당국 및 FATF(국제자금세탁 방지기구)에서 개입할 잠재적인 위험요소에 대한 선제적인 조치가 아닐까 싶다. 아무래도 은행, 거래소 및 기타 기업들은 상세한 규정 준수 프로그램을 만드는 돈과 시간을 소비하는 것보다 특정 코인과 관련된 상품을 거래 중지하는 게 더 간단한 일이기 때문이다.현재 많은 국가의 공식적인 추론은 이러한 금지와 상장폐지가 돈세탁과 가상화폐의 불법적인 사용에 맞서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각국 정부들이 '익명성'을 내건 암호화폐를 돈세탁과 불법거래의 요인으로 지적하며 규제에 나서는 것은 단순히 그들이 정의로운 세상을 이루기 위해 행동하는 것이 아니다. 프라이빗 코인을 규제하면 돈세탁과 불법거래는 사라지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싶다. 최근 일본 정부의 프라이빗 코인에 대한 상장폐지는 프라이빗 코인과 관련 없는 Coincheck hack of nem 의해 촉발되었었다. 해킹은 프라이빗 코인의 문제가 아닌 보안에 취약한 거래소의 문제였고, 프라이빗 코인은 수익금을 세탁하는 데 사용되지 않았다.
과거 비트코인에 대한 기원은 기존 금융시스템의 검열과 감시에 맞서기 위해 암호화 기술(블록체인)을 활용하여 '탈중앙화'와 '익명성' 아래에서 탄생했다. 그러나 비트코인은 기술적인 한계와 기존 금융 세력 및 기득권들의 규제와 검열에 자유로울 수가 없었고 결국 비트코인은 본래의 목적과는 다른 방향의 가치와 지위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사이버펑크들이 지향하는 검열로부터 자유로운 세상과 블록체인 본래의 목적 '익명성'은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히고 있는 것인지 문득 궁금해진다. 사토시와 사이버펑크들은 현재 상황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모네로(XMR) 거래중지가 전하는 메시지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의 탄생으로 우리가 살아갈 시대에 기존의 불필요한 산업 지배구조를 뒤바꿀 수 있는 혁신적인 바람이 부는 가운데 초기 불안정한 산업이 여러 성장통을 겪은 이후에는 성숙한 시장과 새로운 세상을 맞이하는거 처럼 블록체인 시장의 미래는 충분히 밝고 잠재력이 크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시장이 커지고 정부의 개입이 시작되면서 암호화폐 프로젝트 또한 희비가 엇갈리고 있는데 새로운 기술이 인정받고 우리의 일상에 자리 잡아 세상을 변화시키기에는 지금 진행 중인 수많은 프로젝트들 또한 규제와 검열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정부의 입장에서도 투자자 보호를 위해선 개입이 불가피하고 디파이와 탈중앙화라는 명목으로 일어나는 수많은 러그풀이나 뱅크런이 충분히 발생하고 있고 문제가 될것이기에 암호화폐 시장은 단지 탈중앙화라는 이념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
아마 기존의 프라이빗 코인이나 디파이 같은 개념의 '익명성' 중심의 프로젝트들은 어쩌면 음지의 영역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나의 개인적인 생각이다. 그리고 결국엔 사이버펑크가 지향하는 완전한 탈중앙화는 이상에 불과할 것이다. 어쩌면 미래에 블록체인에 대한 정의가 '탈중앙화'에서 '분산화'가 될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수많은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성공하려면 정부와 중간선에서 타협해야 할것이다. 많은 프로젝트들이 추구하는 대중화는 결국 틀안에서 만들어져야만이 살아남을거 같다는 나의 의견이다.